비즈니스 칼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상생을 위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새로운 소외와 '디지털 문턱'의 실상

igp2024 2026. 1. 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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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상생을 위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새로운 소외와 '디지털 문턱'의 실상

우리의 일상은 급격히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체제로 재편되었다. 식당에서의 주문부터 극장 예매, 관공서의 민원 서류 발급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서비스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그러나 편리함이라는 이름 뒤에는 누군가의 소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매끄러운 화면이 벽이었고,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손이 닿지 않는 높은 화면이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3주 뒤인 1월 말부터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 설치가 전면 의무화된다.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 약자들이 차별 없이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기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권리와 포용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면제 조건과 예외 규정, 정책의 현실적 안착을 위한 고민

이번 정책의 핵심은 모든 사업장에 무조건적인 강요를 하는 대신, 사업장의 규모와 형편에 따른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르면, 30평(약 100㎡) 미만의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나 바닥 면적이 협소하여 물리적 공간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설치 의무가 면제되거나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또한, 기존에 이미 설치된 키오스크에 대해서는 교체 주기를 고려하여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등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면서도, 경영난에 시동을 거는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타협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용 부담과 기술적 한계, 현장이 마주한 차가운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겁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음성 안내 시스템, 높낮이 조절 기능, 점자 블록 등이 포함되어야 하기에 일반 기기보다 제작 단가가 월등히 높다.

단순히 기기값뿐만 아니라 시스템 유지 보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인건비 상승과 경기 불황으로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에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기기 교체 비용은 또 다른 '규제의 칼날'로 체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는 있으나,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업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술적 표준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의무화가 추진될 경우, 저가형 불량 기기가 난립하거나 오히려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진정한 디지털 평등을 위한 다각적 지원 체계의 확충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도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하드웨어의 강제 설치보다 더 정교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기기를 구입할 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거나, 세액 공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책이 절실하다.

또한, 점포의 공간적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모바일 앱을 통한 사전 주문 서비스나 QR 코드 기반의 접근성 강화 모델 등 기술적인 대안을 폭넓게 인정해주어야 한다.

장애인 단체와 소상공인 연합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장의 시행착오를 수렴하는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여, 정책의 구멍을 메워가는 세심한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론 — 지원금은 답이 아니라, 유예다

디지털 장벽을 허무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선의를 가진 정책이 현장에서 고통이 된다면 그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보조금이나 지원금은 당장의 갈등을 미봉하는 '유예'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이 장애인 고객을 기꺼이 환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기술의 표준화와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정부가 책임지고 설계해야 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세상을 향한 여정이 기업과 소상공인 모두의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배리어프리 사회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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