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칼럼

JTBC 인기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안전팀 발령 장면이 남긴 불편한 진실

igp2024 2025. 11. 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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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가 건드린, 현장 안전의 존엄성

 

JTBC 인기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의외의 지점에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바로 현장 안전관리자의 직무를 ‘벌 받는 자리, 한직(閑職)’처럼 묘사했다는 비판입니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 드라마가 “안전의 의미와 가치를 희화화했고, 생명을 다루는 직무를 처벌의 수단으로 취급했다” 며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가 왜 이렇게까지 문제시되는 걸까요?

 

 


이건 단순히 “드라마니까 그럴 수도 있지”로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산업 현장의 오래된 병폐, 그리고 우리가 안전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위기 책임 전가’의 흔한 패턴, 드라마가 그대로 베껴왔다

문제가 된 장면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이 ‘인터넷 속도 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자, 회사가 그를 현장 안전관리팀장으로 발령을 내립니다.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 문제를 일으켰거나
  • 회사가 책임을 지기 싫은 사람을
  • “현장으로 내려보내고, 안전 담당 시켜버린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는 이를

“현실에서 수없이 반복돼 온 ‘위기 책임 전가’ 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서사”

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안전 부서를 ‘벌 받는 자리’로, 현장을 ‘왠지 찍혀서 내려가는 곳’으로 그린 것입니다.

 

이 연출이 위험한 이유는, 이미 많은 조직 안에서 “안전 = 잘못하면 좌천되는 부서, 말 안 들으면 보내버리는 자리”
라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을 ‘한직’으로 만드는 순간, 현장은 더 위험해진다

안전관리자는 단순히 ‘서류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 공장, 건설현장, 물류센터, 통신·전력 등 인프라 현장
  • 언제든 사고가 나면 사람 목숨과 직결되는 최전선에서
  • 리스크를 줄이고, 시스템을 만들고, 조직 문화를 바꾸는 사람 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를

  • 담당자 벌주기용,
  • 문제 인사 처리용,
  • 비전문가 전출용 으로 취급하는 순간, 안전은 “형식적인 체크리스트” 로 전락합니다.

실제 산업재해의 상당수는

  •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 있었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 책임 있는 사람이 ‘진짜’ 책임을 지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 담당자를 조직 내에서 존중하지 않는 문화는 곧바로 “괜찮겠지, 오늘만 넘기자”라는 현장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안전은 좌천의 행선지가 아니라, 생명의 최전선”

 

협회장이 남긴 이 말은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장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생존 조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성은 높였지만, ‘안전 의식’에서는 허구보다 못했다

이 드라마는 2021년 실제 있었던 통신사의 ‘인터넷 속도 논란’을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 사회적 논쟁과 실제 사건을 가져와 사실성은 추구하면서,
  • 정작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의 의미는 가볍게 다뤘다.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가 얇아진 지금, 대중은 드라마를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그럴 법한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미디어가 그리는 안전의 이미지는 그대로 사회적 인식이 됩니다.

 

“실수하면 현장 안전팀으로 보내버린다”는 식의 묘사는

  • 안전을 징계의 도구로 만들고,
  • 안전 담당자를 **전문가가 아닌 ‘유배된 사람’**으로 만들고,
  • 결국 현장 안전의 전문성·존엄성을 갉아먹습니다.

산업안전은 ‘이미 중요한 줄 아는 영역’이지만, 여전히 가장 먼저 희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제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 비용이 빠듯해지면 가장 먼저 줄이려는 항목이 안전 관련 예산이고,
  • 인력 조정 시 가장 뒤로 밀리는 것이 전문 안전 인력이며,
  • 조직 내에서 발언권이 가장 약한 주체가 현장 안전 담당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말로는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뒤로 밀리는 영역”
이 바로 안전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대중이 즐겨보는 인기 드라마가 안전 담당자의 자리를 “벌 받는 자리”처럼 그린다면, 그건 단순한 연출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왜곡을 재생산하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안전을 잘 그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안전을 제대로 대하는 태도’

이 문제를 두고

  • “그냥 드라마인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라는 반응과
  • “이런 묘사가 실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라는 반응이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 사고 한 번으로 잃어버리는 건, 사람의 생명입니다.
  • 한 장면이 만들어내는 인식의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깊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안전팀 = 좌천 부서, 문제 인사의 종착역” 이라는 암묵적 농담은 통할 수 없습니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바꿔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조직에서 안전 담당자는
진짜 ‘핵심 역할’로 존중받고 있는가?”


마치며...

‘안전’을 어디에 두느냐가 그 사회의 수준이다

 

현장 안전을 희화화하는 연출은 단지 드라마 한 장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안전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해왔는지” 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 안전을 한직이 아닌 핵심 역할로 인정하고,
  • 안전 담당자를 벌 받는 사람이 아닌 전문가로 대우하며,
  •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대”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법 조항보다 먼저, 말 한마디, 연출 한 장면, 회사 안의 농담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안전은 좌천이 아니라,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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